전에 뱅크시의 대표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쓴적이 있었습니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인물이지요. 정체를 밝히지 않고 전세계 곳곳에 등장하여 그래피티 작품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 뱅크시가 이번에는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반전쟁, 반폭력, 반자본주의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뱅크시가 우크라이나에 등장해 남긴 작품들은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을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뱅크시는 홀연히 나타나 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고 사라지는 게릴라적인 스타일로 작품을 남겨 스프레이 그래피티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하나입니다.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본명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의 친인척들 뿐이며 사회 풍자적인 작품이 많다는 두드러진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스라엘군에 의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프랑스의 난민캠프 등 국가와 민족간의 대립, 난민문제와 관련된 장소에서 메세지를 담은 작품을 발표해 왔습니다.
▼ 뱅크시 대표작품 소개
다만, 뱅크시의 작품은 개인주택의 벽이나 공공장소에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그 소유권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건물의 소유주가 낙서로 착각해 작품을 훼손시키거나 그의 작품을 알아본 사람에게 도둑맞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메세지도 워낙 강력하지만 그 설치장소나 작품의 행방, 경매, 전시회 등에서 보이는 아이러니한 행동 등 그의 작품이 일으키는 해프닝 자체도 각각의 메세지를 담고 있어 세계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뱅크시 입니다.
그래피티 아트란?
스프레이나 마카펜으로 벽 등에 적힌 낙서를 말합니다. 한국에서도 터널이나 전철 등에서 특수한 형태의 문자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피티 아트는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힙합의 4대 요소란 1) 랩, 2) DJ , 3) 브레이크 댄스 그리고 4) 그래피티를 의미합니다. 그래피티는 197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낙서로 치부되어 허가받지 않은 곳에 그린 그래피티는 기물손괴죄 등의 범죄로 취급받았습니다. 범죄율이 높고 치안이 나쁜 지역일수록 그래피티가 많이 나타났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뉴욕 지하철공단에 의해 뉴욕지하철 차량과 승강장에 그려진 낙서를 지우자 범죄가 급감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경부근이나 빈곤지역과 같이 규제대상외의 지역에서는 낙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여전히 그래피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했습니다.
그래피티 :: 낙서에서 아트로
그러나 키스헤링 등 현대미술가들의 활동으로 그래피티 아트는 미술 세계에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1980년에 그는 뉴욕 지하철 구내에서 사용되지 않는 광고 게시판에 검은 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초크로 그림을 그리는 서브웨이 드로잉이라는 활동을 시작하여 전철을 이용하는 단골 고객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2000년대에 들어서는 뱅크시가 영국 국내에서 게릴라적으로 그래피티 아트제작을 시작하자 점점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경매에서 고가에 매매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나타난 뱅크시
이번에 뱅크시의 약 1년만의 신작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근교에서 다수 발견되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11월 12일 뱅크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된 한 건물 벽면에 리듬체조를 하는 소녀를 그린 작품이 공개되어 하루만에 200만이 넘는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이외에도 키이우 근교의 각 도시에 총 7개의 그림이 발견되었으며 11월 18일에는 뱅크시가 우크라이나에서 제작한 모든 작품과 그 풍경, 현지인들을 촬영한 짧은 동영상이 새롭게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동영상 내에는 in solidarity with the people of ukraine 라는 메세지가 올라와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반년 이상이 지나면서 세계의 관심이 사그러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며 전세계인들을 다시한번 환기시켰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발견된 뱅크시의 작품 소개
1. 잔해 속에서 리듬체조를 하는 소녀
뱅크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리듬체조를 하는 소녀를 그린 작품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블로디언카라는 거리에서 그려졌습니다. 이 곳은 2022년 3월 러시아군의 침공이 시작된 직품 점령된 곳 중 하나입니다. 소녀의 그림은 러시아군의 폭격에 의해 파괴된 건물 벽에 그려졌습니다. 쓰러지는 소녀의 양손은 잔해에 묻혀있어 전쟁의 잔해를 디딤돌로 삼고 있는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 소년에게 내동댕이쳐지는 검은띠의 사나이
블로디언카의 다른 장소에서는 파괴된 주거 벽에 그려진 성인 남성을 내던지는 소년의 그림이 발견되었습니다. 던져지고 있는 남성은 검은띠의 유단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유도 애호가로 알려져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국제유도연맹의 전 직책에서 해임된 푸틴 대통령을 풍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3. 목에 코르셋을 두른 리듬체조 소녀
키이후 근교의 거리 일핀에서는 리듬체조 소녀가 리본을 들고 연기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발견되었습니다. 소녀의 목에는 코르셋 같은 것이 감겨져 있고 얼굴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핀은 러시아 침공 직후 특히 큰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러시아군에 의해 수백명의 일반 시민이 살해된 곳이기도 합니다..
4. 시소를 타고 노는 아이들
키이후 시내 독립광장에 있는 콘크리트 블록에는 두 아이들이 시소에서 노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키이우 시내에 차를 막기 위해 놓은 콘크리트 방어블록에 그려져 앞에 놓은 철골제위, 콘크리트 방어블록에 그려진 아이 2명이 시소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5. 미사일을 실는 군용트럭
키이우 시내 길거리에는 원래 있던 낙서에 군용트럭을 그려 미사일처럼 표현한 작품도 발견되었습니다. 트럭 자체에는 우크라이나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는 알파벳 Z가 그려져 있습니다. 러시아군을 비꼬고 침공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뱅크시다운 유머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6. 소화기를 든 방독면을 쓴 여자
키이우 근교 도시 호스트 멜에서는 파괴된 건물의 노란벽에 방독면을 쓴 여성이 소화기를 들고 서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가운을 입은 여성의 머리에는 롤이 그대로 말려진 채여서 전쟁에 의해 뺴앗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일상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호스트 멜 또한 러시아군의 격렬한 공습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7. 욕조에서 몸을 씻는 남자
키이우 근교 골렌카에 그려진 것은 파괴된 주택용 옥조에서 몸을 씻는 남성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평온한 일상을 빼앗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목격된 뱅크시?!
제작 중인 뱅크시를 목격했다고 하는 현지 주민은 그가 구급차같은 차에 타고 있었으며(?)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4,5명 정도 있어서 동작이 굉장히 빨랐다며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수염도 있고 45세~50세 정도일 것 같다. 그기 단체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다는 댓글이 있어 뱅크시가 개인이 아닌 그룹일 것이라는 소문을 무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뱅크시는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큰 피해를 입은 키이우 근교를 무대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이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지 보여주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앞으로의 뱅크시의 활동에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뱅크시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banksy/